자연건강과 아토피

빈혈과 어지러움

와빠시 2007. 5. 25. 11:16

빈혈과 어지러움

 

제가 재작년에 EBS 라디오 프로그램(부모의 시간)에서 어지러움에 대해 상담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질문을 하신 모든(!!) 분들이 어지러움과 빈혈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시더군요. 진료실에서 만나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많은 환자들도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질문하면 많은 경우에 '빈혈이 생겨서요...;'라고 하십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빈혈'과 '어지러움'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질문하신 분의 증상은 우선 '어지러움'입니다. 의학용어로는 dizziness라고 하지요. 굳이 증상의 특징을 구분하면 lightheadedness 즉 머리가 멍하고 기운없이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인 것 같습니다.

 

첫째, '잠재빈혈'이라는 의학적인 신체 상태는 없습니다.  한의학에서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의학에서도 빈혈치료를 양약인 철분제 복용으로 할까요?  다시말해 '잠재빈혈'이라는 '진단'을 약사로서 내린다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법률적 함의 이전에 그냥 자신이 갖고 있는 일반 상식 수준에서 그냥 만들어낸 말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제가 왜 이 문제에 대해 조금 자극적인 수준으로 엄격히 말씀드리가 하는 것은 실제로 아주 많은 분들이 정확한 진단 없이 어지러움 때문에 약국을 방문해서 그 처방(!)으로 철분제를 복용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철분은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의 대사에 꼭 필요하며 사람에서는 백여가지의 단백질과 효소를 구성하는 필수 성분입니다.

철분의 주된 신체에서의 기능은 1) 산소운반과 저장 및 에너지 대사에 있어 중요한 재료가 되며 2)항산화제로서 작동하여 손상으로 부터 보호하며 3) DNA합성에도 꼭 필요합니다. 즉 철은 성장과 생식, 치유, 면역 기능과 같은 생명 유지 작용에 꼭 필요합니다.

 

혈색소(헤모글로빈)은 철을 합유한 헴(HEME)이라는 화합물을 함유한 단백질로 인체 내 철의 약 2/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의 운반과 저장에 관여하므로 철분 결핍에 따른 빈혈은 뇌로의 순간적인 산소 공급의 저하를 초래하여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빈혈에 의한 어지러움은 일반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빈혈이 진행되어야 발생됩니다. 성인 여성의 정상 혈색소는 12 mg/dl이상이며 적어도 9-10 이하로 떨어져야 자주 어지럽게 될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오히려 만성적인 피로감, 두근거림, 운동 시 숨숨이 가빠지는 증상  등이 주된 빈혈의 증상입니다.

 

그러나 빈혈(Anemia)이라고 하여 모든 경우에 그 원인이 철(iron) 결핍은 아니며 적혈구의 생성과 파괴 과정 등에서 작용하는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엽산이나 Vit B12의 결핍, 유전적인 원인에 의한 적혈구 형태의 이상, 조혈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겨 생성이 안되는 경우 등등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빈혈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여 질문자분 처럼 혈액 검사 상 혈색소가 정상이면서도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 아무리 철분을 보충해도 증상은 좋아지지 않습니다. 대부분 임신 후 어지러움은 임신이라는 중요한 생리적 변화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수유나  육아 등의 과중한 육체적, 심리적 stress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의 치료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통한 심폐기능의 증진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자주 외출도 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적극적으로 갖는 것과 같은 비약물적인 치료가 우선 시도되어야 합니다. 또한 임신으로 증가된 체중을 급격하게 회복시키기 위한 과도한 다이어트는 피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 대로 철분은 우리 몸에 매우 중요하지만 필요없는 데 불필요하게 과잉 섭취될 경우 철분의 산화작용에 따른 심혈관질환의 위험 증가, 뇌의 산화손상 증가, 간/대장암의 발병 위험 증가 등의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장기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론적인 가능성과 일부 연구에서의 확인은 있으나 명확한 인과관계가 성립된 것은 아니며 생물학, 의학 분야에서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의학자들이 최근에는 철의 산화작용에 주목하여 불필요한 철의 과잉섭취가 '피부노화' 등 신체의 노화를 앞당기지 않나 의심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종합영양제에는 통상 18mg정도의 원소철이 함유되어 있으며 수유기 여성에게 통상 권고되는 철의 영양권장양은 9mg/d로 일반적인 식단으로 섭취가 가능하며 종합영양제 하나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따라서 어지러움과 무관하게 질문자 분께서는 두부, 귤, 견과류, 소고기, 새우, 참치, 건포도 등의 철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이 포함된 정상적인 식사만으로 현재 적절한 철분의 공급이 가능하며 종합영양제 이외의 별도의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둘째,  갑상선 기능 이상(항진증이든 저하증이든)에서도 어지러움은 흔히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철분제 복용을 중단하시고 앞서 설명드린 대로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식사(대부분의 수유모들께서 의외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사회적 관계의 유지를 통한 심리적 자신감을 회복하시도록 남편분 등의 주변 도움을 받으시길 권하며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갑상선 기능검사(간단한 혈액검사)를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함께 기립성 저혈압(일어설 때 혈압이 감소되면서 뇌로의 혈액 공급이 감소되어 순간적으로 어찔함을 느끼게 하는 증상이 생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병원 방문 시 의사선생님께 이의 확인을 부탁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복용하신 철분제에 따라 철분 함량이 다르므로 그 영향 역시 자를 수 있으나 보통 철분제가 수유 시 영아에 큰 위험을 주지는 않습니다. 기왕에 복용한 것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1. 빈혈은 대수롭지 않은 병이 아닙니다. 의사의 상세한 문진과 이학적 검사 그리고 혈액 검사 등을 통한 확진 이전에 약을 판매하는 약사의 '권유'만으로 철분제를 복용하는 일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2. 실제로 수유모들 중 많은 분들이 비슷한 증상을 갖고 계시며 시간 경과에 따라 점점 좋아지게 되므로 현재 확인이 필요한 갑상선 기능의 정상 여부, 기립성 저혈압 여부 정도의 확인 결과에 이상만 없다면 불안해 하지 마시고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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