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iz와 마케팅

기업가정신 2.0

와빠시 2007. 6. 22. 23:39
기업가정신 2.0

연극이나 뮤지컬 등 무대공연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보다 관객에게 줄 수 있는 비교 우위는 바로 현장감이다. 다시는 재생될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눈 앞에서 펼쳐지고 그 감동은 필름이나 DVD가 아닌 관객의 뇌리에 기억, 저장된다. 100회 막이 오른 연극은 사실 그 100회가 각각 다 다르다. 적어도 배우하고 연출은 안다. 매 공연의 차이를.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 한 분이 최근 연극 한 편을 제작했다.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캐스팅돼서 기획 단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인데, 하마터면 막을 올리지 못할 뻔한 무대 뒤 얘기가 있다.

 내일이면 드디어 공연 첫날, 배우들은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밤 11시가 다 되어 극장 문을 나섰다. 10여분을 기다려도 주차장에 갔던 주연 배우가 나오질 않아 선배가 가보니 12월 한겨울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그 배우가 쓰러져 있었다. 얇게 언 겨울 빙판길에 그만 앞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설상가상, 하필이면 배우의 생명인 얼굴이 피투성이가 됐고 바로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입 주위를 10여 바늘 꿰매는 중상이었다. 그날 밤엔 배우가 놀랄까봐 거울을 나중에 보라고 했단다.

 적어도 일주일은 공연을 못 할 상황, 그런데 여기에서 그 배우의 무대에 대한 열정이 공연을 강행하게 했다. 입도 제대로 벌리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그 배우는 그래도 막은 올라야 한다며 진통제를 맞아가며 분장도 제대로 못한 채 첫날 무대에 섰다. 그렇지만 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강력한 진통제 덕분에 무대에 서긴 섰으나 진통제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 배우는 가물가물 결국 대사의 흐름이 끊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노련한 배우는 소품을 쓰는 척 대본을 들고 공연을 끝까지 마쳤고 관객들은 그 배우의 열정에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에이, 드러눕자’ 하고 그 배우가 병실을 지켰다면 공연은 막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열정’과 차별화된 ‘전문가 정신’이 위기에서 공연을 지켰다.

 매일 매일 사업이라는 무대에 오르는 기업가들에게도 그런 열정이 없다면 그 기업은 살아도 죽은 것과 다름없다.

 기업가 정신에 관해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업가 자신이 생각한 성공 가능한 1%의 가능성을 믿고 추진하는 ‘열정’이라 하겠다. 평발이라고 축구를 포기했다면 오늘날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선수도 없었다. 산악인 엄홍길의 세계 최고봉 16좌 등정의 대업도 스무 번의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한, 모든 것을 건 열정과 도전의 결과다.

 그런데 그러한 기업가 정신이 요즘 들어 유독 한국에서만 맥이 끊기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운 요즈음이다. 이웃 일본만 해도 ‘나나로쿠 세대(7과 6, 즉 1976년 전후에 태어난 벤처기업인)’라 하여 벤처 3세대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고, 실리콘 밸리에서는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로 불리는 젊은 창업자들이 미국의 웹2.0 시대를 주도한다.

 지난해 12월 베이징 칭화대 대로변에서 만난 81년생인 칭화대 출신 20대 모바일 게임회사 창업자의 눈빛도 잊을 수 없다.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대기업의 협력 모델이 미래 한국의 경제를 부흥시킬 여러 대안 중 하나다.

 올해 참여와 개방, ‘세상의 중심은 나’인 웹2.0 시대정신과 소통할 수 있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된 ‘기업가 정신2.0’으로 무장한 후배 기업인이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청년 실업 40만명, 청년 실업률 7.2%(2006년 9월 통계청 기준)라는 우울한 수치가 다시는 대한민국의 경제지표에서 나타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