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통합의 현황과 미래
온더넷 출판일 :2007년 7월호
유무선 통합은 사용자들에게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뿐 아니라 한계에 도달한 통신업체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시하고 있다. 통신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만큼 관련 통신업체와 장비업체의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무수한 유무선 통신 기술이 각축을 벌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유무선 통합에 대한 시장 주체들의 입장과 무선 기술 현황,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김효민 | 포에스알씨 대표이사
유무선 통합에 대한 논의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통신업체의 이해와 사용자들의 새로운 요구가 좀 더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기 시작했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이 그 성숙도나 경제성 측면에서 효용가치를 입증하면서 우리 앞에 한 발자국 더 다가오고 있다.
여기서는 이런 움직임의 주체 중 하나인 유무선 통신업체의 입장에서 본 유무선 통합에 대한 견해와 계획에 대해 알아보고, 유무선 통합의 기반이 되는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짚어 봄으로써 유무선 통합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전망해 보겠다.
유무선 통합에서 통합의 의미
유무선 통합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유무선 통합이란 용어부터 간단하게 복습하고 넘어가자.
통합이란 용어는 융합 또는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말들과 혼용되고 있다. 이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79년으로, MIT 미디어랩의 니그로폰테 교수가 방송, 컴퓨터, 출판 등의 융합을 ‘미디어 컨버전스’라고 지칭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통합 또는 컨버전스란 용어에 대한 정의는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다듬어지거나 재정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과 제품 또는 서비스 측면에서의 컨버전스에 대한 정의는 2003년 Nils Steiglitz가 크게 4가지로 컨버전스의 진화론을 이야기한 것이 있다. 그에 따르면 “컨버전스는 기술 대체, 기술 보완, 제품 또는 서비스 대체, 제품 또는 서비스 보완”의 4가지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많다.
학자들의 컨버전스라는 개념에 대한 학술적인 정의는 차치하고 많은 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통합의 개념을 전제로 유무선 통합이란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유무선 통합은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던 유선과 무선이 공통적인 기술과 하부구조로 통합되어 궁극적으로 하나의 산업과 하나의 복합 통신 네트워크로 융합되는 것이다.”
여기서 통합의 발전 단계는 ▲부가/연동형 서비스를 거쳐 ▲결합(Bundling) 서비스로 진화하고 그 다음에는 ▲유비쿼터스로 발전해 ▲궁극적으로는 유무선의 구별이 없는 다양한 컨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단말기나 접속 방법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로 진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무선 통합의 주체와 목적
유무선 통합은 결코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어찌 보면 이미 한 물 간 이야기일 수도 있다. 1990년대 후반 유무선 통합 서비스라는 기치를 걸고 나온 GSM/DECT 폰의 실패 이후에도 수많은 FMC(Fixed-Mobile Convergence) 서비스가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MC 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데는 유무선 통신업체의 생존 또는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사용자의 새로운 요구 증대라는 명분도 있으나, FMCA(The Fixed Mobile Convergence Alliance, 유무선 통합 연맹)라는 단체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2004년 7월 영국의 BT, 브라질 텔레콤, 우리나라 KT, 일본의 NTT 등 6개 거대 통신업체들이 설립한 이 단체는 현재 모두 17개 이상의 통신업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 10월 현재 2억 4000만 명의 고객 기반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단체의 힘이 크기는 하지만, 이 단체가 거센 파도를 일으키는 유일한 힘은 아니다. 유무선 통합이라는 파도를 일으키는 주역은 다름 아닌 사용자, 사용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유무선 통신업체 그리고 충분한 안정성과 튼튼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할 수 있는 입증된 기술, 그리고 그런 기술을 적절한 가격에 상용화시킨 제품 공급업체 이 4자간의 역학 관계로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유무선 통신을 주도하는 주체는 밝혀졌다. 그럼 왜 유무선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통신 서비스 시장은 성장의 둔화, 규모 감소, 유무선 대체와 통화형 대체 그리고 서비스 사용자와 공급자의 요구 변화로 신규 서비스와 시장 발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가트너의 통신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통신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2000년 중반을 기점으로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국내 유선전화 시장은 50%의 보급률 달성 이후 정체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으며, 2000년 보급률 57%를 기점으로 2005년 79%의 급속한 성장을 보인 이동전화 시장도 이제는 가입자 포화상태에 도달해 유선전화처럼 성장 둔화와 정체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통신 서비스의 추세는 유선에서 무선, 음성에서 데이터와 인터넷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사용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친숙한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면서 개인, 서비스, 그룹 간의 원활한 통신을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결국 통신 서비스 시장은 시장의 주역인 서비스 이용자의 요구(Needs)와 서비스 공급업체의 요구(Seeds)가 결합 또는 반영된 유무선 통합이란 형태로 진화,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패러다임 변화 기대하는 통신업체
자 이제부터는 유무선 통합의 주체 세력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유무선 통합에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유무선 통신업체의 입장을 정리해보자.
유선 통신업체에게 있어 유무선 통합은 새로운 낙원이다.
유무선 통합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호적인 이동/무선통신업체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유무선 통합 서비스에 대한 방어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날로 떨어지고 있는 ARPU 증가와 고객 전환률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며, 경쟁 통신업체와의 차별화 전략이란 차원에서 유선 통신업체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것이다. 당연히 유선통신업체는 유무선 통합 작업과 서비스 전개에 매우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무선 통신업체의 입장은 조금 애매모호하다.
현재 유선 통신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유무선 통합 서비스는 자칫 무선 통신업체, 특히 이동통신업체의 수입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고, 유선 통신업체와 마찬가지로 우호적인 유선 통신업체와 제휴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통통신업체의 경우에는 현재의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가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유무선 서비스 통합을 통해 기업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무선망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서비스 지역(Coverage)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하므로 유무선 통합을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결국 무선통신업체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유무선 통합에는 당분간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무선 통신 기술의 경합
유무선 통합에는 글자 그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유무선 기술이 사용될 것이다.
우선 백본 혹은 코어(Core) 네트워크는 유무선 통합이 All IP 네트워크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2010년~2012년쯤에 유선과 무선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유무선 네트워크 경계에 위치하는 백본 서브시스템들도 거의 동일한 인프라스트럭처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액세스 네트워크는 유무선 통합이 완성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유무선 통합의 근간 기술인 여러 가지 유선 액세스 기술과 IMS, 802.1x 등의 기술, 그리고 SIP 같은 프로토콜들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이미 친숙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주요 무선 액세스 기술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주요 무선 액세스 기술들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이 외에도 WCDMA R5 기술인 HSDPA(High-Speed Downlink Packet Access)가 14Mbps의 고속 데이터 서비스로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HSDPA는 단말이 측정한 무선 환경을 기준으로 좋은 환경의 단말기에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할당해 셀 처리속도(Cell Throughput)를 증가시키지만, 무선 환경이 나쁜 단말기에는 저속의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무선 LAN으로 상당히 넓은 서비스 지역을 지원하는 무선 메시 네트워크도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 아직 IEEE 802.11s 표준화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업체별 관련 솔루션은 이미 출시된 상태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리 통신망 기술이기 때문에 한 셀이 서비스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통신대역폭에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도 설치 공간 내에서 다른 WiFi 장비에 의한 간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적은 단말들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다른 무선장비들에 의한 간섭이 없는 공간 즉, 항만, 철로 등 케이블링이 곤란하거나 과다한 비용이 요구되며 단말기의 수가 적은 곳에서 유효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WiFi, WiMax(802.16), 무선 메시 등 많은 무선 기술의 등장으로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서로 일장일단을 갖고 있으므로 이런 기술들은 상호 경쟁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또한 각각의 특성에 어울리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며, 내일이라도 새로운 액세스 기술이 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무선 통합의 미래 엿보기
유무선 통합의 최종 목적은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IP 기반 서비스를 사용자의 단말기나 통신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매끄럽게 제공하는 것이다. 즉, 유무선 통합은 실시간, 이동성,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와 통신업체의 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또한, 유무선 통합 서비스는 부가 서비스 차원의 단순 번들링에서부터 유무선 통합망 기반의 서비스까지 네트워크의 유형이나 접속 단말기, 통신업체에 관계없이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접속 단계에서부터 과금 단계까지 하나의 형태로 제공 받을 수 있는 일련의 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리고 유무선 통합 서비스의 특징은 기존에 유무선 망이 가지고 있는 위치 기반 서비스, 지능형 서비스, 광대역 서비스, 이동성과 서비스 연결의 지속성, 서비스의 개인화와 차별화 그리고 서비스 이용의 편리성을 모두 제공한다는데 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유무선 통합 사업의 활성화는 통신 시장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시켜 전체 통신 시장의 규모를 뛰어넘어 통신 산업의 전체 규모를 키우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트너가 2005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유무선 통합 서비스 시장은 2010년에 12조 원의 규모에 이를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유무선 통합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몇 개 있다.
우선, 통신업체는 개인 정보 보호, 사용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종량제 또는 정액제 같은 과금 방식 체결을 위해 진정한 고객 중심의 관리체계를 정비해 고객 맞춤형 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제품 공급업체들이 유무선 통합망 구축을 위한 통합적인 기술 지원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공급업체들이 제각각 시장 전체를 가지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유무선 통합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므로 언제 어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내가 정답이다” 또는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식의 시장 접근방식은 옳지 않은 것이다.
유무선 통합 시장에서 올바른 접근 방식은 특정 영역의 특정 요구조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제품 개발과 공급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나머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방적으로 다른 업체와 공조하거나 연동할 수 있는 관리 체계와 제품 개발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이런 개방적 자세는 유무선 통신업체에게도 똑같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유선 통신업체는 무선 통신업체의 역량과 인프라스트럭처가 필요하고 무선 통신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말하는 상호 신뢰가 있어야만 서로 제휴를 하거나 공동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차원에서는 사용자의 권익 보호, 신규 융합형 서비스의 역무 체계 정립과 지원 방안의 모색이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관련 정부 부처는 지금까지의 사후 처리 중심의 서비스 관리와 법 제도의 불일치 또는 이원화로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졌다. 따라서 정부는 서비스 품질의 사전 관리, 사용자의 정보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유무선 통합 시장이 뿌리를 내리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서비스 분류 체계를 신규 융합 서비스인 유무선 통합 서비스에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신규 역무 체계 정립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유무선 통합 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은 초기 단계인 유무선 통합 서비스와 통합 기술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유무선 사업자의 M&A와 전략적 제휴 등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정책적인 고려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