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전략

디지털 신인류의 12가지 특성 (첫번째)

와빠시 2007. 5. 25. 11:24

디지털 신인류의 12가지 특성 (첫번째)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나갈 신인류(新人類)이자 네오제너레이션(Neo-Generation)으로서의 디지털 신인류(Digital Generation)인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디지털 신인류는 태어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진화된 것이기도 하다. 이전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기도 하면서, 기존의 세대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가면서 진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신인류, 즉 디지털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디지털 신인류는 탐구와 이해의 대상으로서 객체가 아니라, 이미 우리들 속에 들어온 주체이다.

 

디지털 신인류는 현재 존재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며, 앞으로 존재하게 될 우리들의 미래상을 가늠하고 예측할 지표가 될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이, 우리의 정체성인 디지털 신인류에 대한 이해를 한다면 디지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요소를 다루고 적용함에 있어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도래할 진일보한 디지털 시대의 변화발전 흐름 또한 전혀 두려운 대상이 아닐 것이다. 디지털 신인류를 이해한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이 가질 백전불태의 전제조건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본다. 이미 우리는 디지털 신인류이다. 다만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를 아직 인식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가 디지털 신인류라는 사실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부터 디지털 신인류가 가지는 특성을 12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3회에 걸쳐 소개할 것이다.

 

(1) 개인주의적이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면, 집단성과 사회성을 점점 벗어던지고 개인주의를 점점 더 지향하고 강화해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아날로그식이다. 디지털식에서는 더 이상 뭉치지 않아도 살 수 있다. 기술적 진화, 문명의 발달은 더 이상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방치하지 않는다. 더 이상 나약하지 않는 개인으로서는 남에게 의지하거나, 남과 더불어 뭔가를 해야하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화는 개인의 자유를 강화시켜 준다. 여럿이 함께 해야했던 일도 디지털 기술의 진화로 인해 더 이상 함께가 아닌 혼자서도 충분한 일이 되고 있다.

 

디지털 신인류들은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개인 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에 능하다. 개인이 사회의 생산 주체가 된다. 스스로를 보다 더 가꾸고 관리하여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명제로 대두되고 있다. 결혼이나 가족보다 개인의 사회적 성취나 개인의 욕구가 우선된다. 싱글족이 늘어나고 콘트라섹슈얼이나 메트로섹슈얼의 확산도 디지털 신인류들의 개인적인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나 외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기도 한다. 극단적 개인화는 외부와의 단절과 고립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사회적 역할 뿐 아니라 개인의 성적 욕구와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더 이상 사회적 눈치를 보지 않고, 보다 개인적인 관심사나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1인 미디어의 확산, 지극히 개인화된 도구인 PC나 핸드폰의 확산, 조직형 인간에서 탈피하여 개인형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이랜서나 프리에이전트, 1인 기업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확산,  등은 모두 개인주의적 특성의 반영 결과이다. 디지털 신인류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 이전 세대와 달리, 혼자서 일과 오락, 여가, 생활 등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굳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남과 더불어 살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으로 확산되던 개인주의의 팽배도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보편화되고 있고 양성화되고 있다. 그리고, 개인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늘려주는 동시에, 개인의 외로움과 고립도 만들어낸다. 물론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네트워크가 개인의 외로움과 고립을 완화시켜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네트워크에 대한 중독으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과 단절로 내몰기도 한다.


디지털 신인류의 개인주의는 네트워크에도 영향을 미친다. 커뮤니케이션 행태나 사회적 역할도 변화시키고 있으며, 우리가 알던 이제까지의 수많은 키워드의 의미를 새롭게 재해석하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 신인류의 개인주의적 특성은 사회문화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 네트워크 중심적이다.

 

디지털 신인류의 네트워크는 이전 시대와는 다르다. 그들에겐 디지털 인맥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전통적인 혈연, 학연, 지연의 네트워크가 퇴색한다. 혈연, 지연의 퇴색 경향은 강한 반면, 학연은 여전히 유효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휴먼 네트워크에서는 편의적 집단성을 가진다. 집단적인 경향에서 목적성과 자기 중심적 집단화가 두드러진다. 디지털 신인류는 함부로 뭉치지 않는다. 자기 이해관계에 맞아야만 뭉친다. 아울러 개개인이 가지는 사회적 관계성의 패러다임도 변했다.

 

 2004년 12월 죽은채 장롱 속에서 발견된 어린아이의 시신을 두고, 주요 매체에서 ‘이웃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논조로 일관하였다. 과연 그것이 이웃의 무관심 탓인가? 아니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웃의 관심이 정부의 복지 공백을 메우는 도구가 되었더란 말인가? 그리고 디지털세대에게는 이웃이란 말이 생경하기만 하다. 더 이상 주거공간을 기준으로 형성된 공동체의 영향력은 기대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옆집에 누가사는지를 알지못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이 비난받을 대상인가? 이미 디지털 시대는 이웃이라는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퇴색시켜버린지 오래다. 이웃의 무관심을 운운하는 논리는 이제 버려야 한다. 디지털 신인류에게 더 이상 공간적 개념에서의 이웃은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서 휴먼 네트워크는 나에게 도움되는 사람과의 실용적 인맥이 존재할 뿐이다.


휴먼 네트워크 내에서의 개인주의 팽배도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며, 사회적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개인주의 팽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 있다. 개인주의 팽배 패러다임이 향후 새로운 틈새산업을 성장시킬 것이다. 그중 하나가 친구, 애인, 하객 등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이런 산업은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공존하는 과도기적 현상에서 발생하지만, 디지털 세대로 모두가 전화하게 되면 소멸될 것이다. 아날로그 세대는 사회적 관계, 즉 남들의 이목을 중요시하는 반면, 디지털 세대는 사회적 관계보다 개인적 관계를 더 중요시 한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사회적 관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음이다.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서는 개인적 관계를 중요시여기긴 하지만, 아직 사회적 관계도 눈치를 본다. 그래서 사회적 관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남들에게 보여줄 사람 대여 산업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디지털 신인류에게 네트워크는 기술과 문화적 연결이자 사회문화적 연결, 그리고 휴먼 네트워크로서의 연결이다. 그들은 네트워크 기반 하에 모든 것을 수행한다. 보다 유기적이고 긴말하게 연결된 네트워크 덕분에 개인이 가진 운신의 폭은 넓어지고 있다. 이점이 디지털 신인류들이 네트워크 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3) 생산적 소비성향이다.

 

과거 세대와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생산적 소비 성향이라는 점이다. 과거 세대는 그런 성향을 가지고 싶었어도 환경이 그걸 받쳐주지 못했다. 반면 디지털 신인류에게는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이자 통신수단이 개인의 능동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디지털 신인류는 무엇이든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소극적인 수동성에서 탈피되면서 프로슈머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직접 생산 주체로 부상하면서 생산구도도 변화하고,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면서 유통과 소비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물건을 비교분석하고 최저가 쇼핑몰을 찾아다니는 것은 보편화되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신인류는 모두 쇼핑노마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의 소비자들 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뿌려지는 광고만 보고 바로 물건을 산다거나, 목적없이 매장이 들러서 물건을 산다거나 하는 경우가 디지털 신인류들 중에서는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신인류가 생산적 소비성향을 가진데다가, 인터넷이 그런 성향을 뒷받침해줄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 내놓기 때문이다. 좀더 지능화되고 힘이 세진 소비자로서 기업에 당당하게 요구하고 불매운동도 서슴치 않는다. 기업으로서는 이런 생산적 소비성향의 디지털 신인류가 두려운 존재이다. 그래서 프로슈머 마케팅을 확대하고, 프로슈머들의 입소문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기업 뿐 아니라 정부나 정치권 등 프로슈머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에서는 모두 프로슈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 혹은 국민이 입김이 예전보다 훨씬 세지고 있다. 생산적 소비성향의 팽배로 인해 소비자와 국민의 권리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적 소비성향으로 인해 더이상 기업이나 정치권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만은 않는다. 2004년 하반기에 한나라당에서 추락한 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당명을 바꾸는 이벤트를 벌였다. 네티즌의 참여를 유도해 젊은층이 한나라당에 가지는 반감도 불식시켜보겠다는 의도를 가진 이벤트였는데, 네티즌들은 그 의도에 역행하는 행동을 보였다. '여전하당', '약속은없당', '당신네당'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이벤트는 무산되었다. 같은 시기, 농심켈로그도 새로 출시할 초콜릿맛 시리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만들지도 않을 파맛 시리얼과 초콜릿맛 시리얼 간의 네티즌 투표를 이벤트화 했었다. 당연히 초콜릿만 시리얼이 투표에서 이길거라 기대했지만, 그 의도를 간파한 네티즌들은 오히려 파맛 시리얼에 4배가 넘는 몰표를 주고 말았다. 결국 기대한 효과는 커녕 파맛 시리얼을 만들어야할 곤경에 처한 셈이다. 이른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이벤트에 순수히 동참하는 수동적인 소비자들은 더이상 없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생산적 소비성향은 디지털 스토리텔러의 확산, 1인 미디어의 확산을 비롯하여 디카족, 패러디족, 덧글족, 안티족 등 커뮤니케이터 유형을 확산시키기에 이른다.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하고, 그 의사가 다른 네티즌들과의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증폭시킬 수 있기에 디지털 신인류들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한다. 아날로그 세대들이 주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데에 익숙하고 말하고 쓰는 표현에 익숙치 않았다면 디지털 신인류는 다르다. 언제 어떤 자리에서건 보다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은 표현의 자유, 컨텐츠 생산의 자유, 컨텐츠 유포의 자유 등을 주었고, 디지털 신인류들은 그 기반에서 얻은 자유를 보다 생산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4) 복합/융합적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한우물만 파라고 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여러 우물을 파라고 한다. 집중과 분산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과 융합적 접근의 문제이다. 디지털 신인류들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줄 알고,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신봉하며, 기술이건 문화건 섞고 합치고 어우르길 좋아한다. 장르의 파괴나 고정관념의 변화로 더 많은 컨버전스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디지털 신인류의 보다 세밀한 욕구를 채워주기도 하고 틈새 산업을 부흥시키기도 한다. 존재하지 않은 것이 새로이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새로운 조합으로 발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발견을 하는 셈이다. 디지털 시대는 컨버전스 시대다. 당연히 디지털 신인류도 컨버전스 유형으로 복합과 결합, 융합에 능하다. 기술적 융합이 산업, 문화, 사회적 융합을 거쳐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서의 융합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융합적 특성은 우리의 비빔밥 문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한국의 디지털 신인류들은 보다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특성을 가진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뭐든 섞고, 붙이고, 합치길 좋아했다. 한국이 디지털 선진국이 되어 가장 선도적인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비빔밥 문화의 전통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도 보편화된다. 이른바 멀티플레이어 전성시대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다양성도 주요 키워드로 부상한다. 디지털 시대는 다양성이 지배한다. 보다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고, 획일화된 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런 다양성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디지털 신인류들이 가진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특성과 연결된다.


디지털 시대의 융합은 기술적 융합, 문화적 융합, 산업적 융합, 사회적 융합을 모두 지향하고 있고, 그 융합적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동시에 그런 환경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디지털 신인류이다.

다음회에 이어서~

 

* 참고도서 : <디지털 신인류 (김용섭 저, 영림카디널,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