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건강과 아토피

우유, 녹슨 지방 신야 박사 건강법, 어디까지 진실?

와빠시 2007. 5. 29. 21:57
 

우유, 녹슨 지방 신야 박사 건강법, 어디까지 진실?

 

작년 11월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원제 病氣にならない生き方)’이라는 책이 발간됐다. 신야 히로미(72)라는 일본인이 쓴 이 책은 나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7쇄를 찍으며 순항하고 있다. 아주 많이 팔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건강 서적치곤 괜찮은 판매고다. 지난 5월 15일 현재 이 책은 인터넷 교보문고 ‘건강·의학’ 주간베스트 7위, 알라딘 ‘가정·건강·요리’ 주간베스트 9위에 각각 올라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는 이 책에 ‘교보 추천’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아놓았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도 이 책은 ‘건강의학’ 서적 부문 베스트셀러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자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알라딘 홈페이지에 ‘밤톨아기’라는 아이디로 서평을 올린 한 독자는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침을 튀며 다녔다. ‘신야 히로미에 의하면…’ ‘신야 히로미가 그랬는데…’ 내가 마치 신야 히로미의 전도사가 된 것 같았다”는 말로 책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을 낸 이아소출판사 편집 담당자는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스테디셀러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 처음 일본에서 출간된 것은 2005년. 국내에 번역되기 전 1년여 만에 120만부가 팔렸고 근 9개월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독서량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특정 도서 판매량이 100만부를 넘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해외 도서 에이전시 업무를 담당하는 출판칼럼니스트 이구용씨는 “세계 최대 출판시장인 미국에서도 단행본이 100만부 팔리면 ‘톱 5’에 든다”며 “건강 서적 판매량이 120만부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의 저자 신야 히로미 박사는 현재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교수를 비롯해 미국 현지에서 몇 가지 타이틀을 갖고 활동 중인 의사다. 최근에는 책 출간에 맞춰 미국과 일본을 몇 개월씩 오가며 강연과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대장내시경. 그는 1969년 세계 최초로 개복(開腹) 과정 없이 대장내시경에 ‘스네어 와이어’라는 올가미 모양의 철선을 삽입, 대장 내 폴립(polyp·장기의 점막 등에 생긴 혹의 일종)을 태워 절제하는 수술을 성공시키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건강한 사람은 위나 장의 모양이 좋으며, 좋은 위상(胃相)과 장상(腸相)을 가지려면 신야식(式)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은 이러한 신야 박사의 주장을 집대성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는 따로 있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은 출간 직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 ‘신야식 식습관’이라는 것이 상당 부분 일반적인 현대 의학의 주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유와 유제품의 유해성을 주장한 부분.

신야 박사는 책에서 ‘우유만큼 소화가 안 되는 식품은 없다’ ‘우유는 녹슨 지방덩어리다’ ‘우유는 아토피나 알레르기, 백혈병, 당뇨 등을 유발한다’ ‘우유를 많이 마시면 골다공증에 걸린다’ ‘요구르트를 마시면 장상(腸相)이 나빠진다’ 등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독설을 쏟아낸다.

우유뿐만 아니다.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위 점막이 손상된다’ ‘육류 위주의 식사는 노화를 재촉한다’ ‘백미(白米)는 죽은 식품이다’ ‘지나친 운동은 백해무익하다’ 등 이견의 여지가 많은 의견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단정지어 언급하고 있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에는 약 20쪽에 걸쳐 우유 및 유제품 관련 내용이 언급돼 있다. ‘우유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골다공증에 걸린다’ ‘요구르트 신화에 의문을 가지는 이유’ ‘시판되는 우유는 녹슨 지방’ ‘소젖은 원래 송아지를 위한 것’ 등 소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을 갖는지 궁금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취재진의 질문과 관련, 작년 초 ‘아이의 식탁에서 우유를 지켜라’라는 책을 펴낸 농화학 박사 진현석 부장(남양유업 천안신공장 생산부장)은 신야 박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우선 우유가 소화에 나쁜 식품이라는 주장. 신야 박사는 우유 단백질의 80%를 차지하는 카세인이 위에 들어가면 바로 굳어지는 점, 균질화 과정에서 유지방분이 과산화지질로 변하고 고온에서 살균처리돼 엔자임(효소)이 사멸되는 점 등을 들어 우유의 소화성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진 부장은 “우유의 주성분인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의 소화율은 100%에 가깝다”며 “동양인의 경우 우유 속 유당을 분해시키는 효소가 부족해 설사를 하거나 뱃속이 거북할 수는 있지만 하루 500㎖ 정도 섭취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반박한다. 또한 “우유 균질화 작업은 공기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과산화지질이 생길 수 없을 뿐 아니라 우유에 들어 있는 엔자임의 양이 너무 적어 이에 대한 생리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알레르기 환자 급증의 최대 원인이 학교 급식 우유라는 주장. 신야 박사는 “과산화지질을 함유한 우유가 장내 세포의 균형을 무너뜨려 활성산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의 독소를 발생시킨다”며 우유가 어린이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논문이 다수 발표된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진 부장은 이에 대해 “알레르기는 우유 단백질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채 흡수됐을 경우 이것이 항원이 돼 체내로 들어오고 그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과민하게 반응해 일어나는 것”이라며 “알레르기의 원인은 산화된 지방에 의한 게 아니라 단백질 등 항원에 의한 것이므로 책 내용은 오류”라고 이야기한다.

 

우유와 골다공증의 관계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은 팽팽하게 맞선다. 신야 박사는 “우유를 마셔 섭취한 칼슘은 체내 칼슘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인체 생리에 의해 오히려 소변으로 배출돼 체내 칼슘량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현석 부장은 “골다공증의 원인은 소화·흡수되는 칼슘보다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칼슘이 많기 때문”이라며 “우유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 D와 단백질, 유당을 모두 함유하고 있어 칼슘 공급원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응수한다.

 

신야  박사의 책에는 “요구르트를 많이 먹으면 장내 환경이 악화된다”는 부분도 있다. 저자는 30만건의 임상 데이터 결과라는 점을 앞세워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젖당 분해 효소 락타아제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하므로 성인이 요구르트를 자주 먹으면 대변이나 방귀 냄새가 독해지며 이는 곧 장내에 독소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진 부장은 “락타아제는 몸에 유익한 유당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요구르트 속 유산균은 대장 내 환경을 산성조건으로 만들어 유해균인 대장균 등의 생육을 억제하므로 결과적으로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반박한다.

 

진현석 부장은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화제가 돼 구해 읽어봤는데 대부분 작은 부분을 과대포장하거나 한쪽 입장만을 편협하게 취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찬찬히 뜯어 보니 객관성을 잃은 부분이 많더라”고 지적했다.

 

책 중간쯤 등장하는 ‘커피 관장’ 이야기도 논란의 대상 중 하나다. 신야 박사는 이 책에서 ‘변통이 좋아지는 획기적 방법’이라며 ‘커피 관장’을 소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커피 관장이란 커피가 들어간 물에 미네랄이나 유산균 생성 진액 등을 첨가해 장을 씻는 방법이다. 책에서 그는 “관장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사람은 장의 움직임도 좋고 숙변도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며 “나도 매일 1~2회 정도 커피 관장을 하고 있으며 대장의 왼쪽만 씻어내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소장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으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굳이 이번 책 내용이 아니더라도 신야 박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커피 관장 예찬론자’다. 그는 이번 책 출간 이전인 2003년 ‘커피 에네마(enema·관장)로 변비 탈출하기’라는 책을 한국어판으로 펴내고 출판사 측 초청으로 내한, 관련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커피 관장의 효능보다 부작용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2005년 4월(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과 7월(을지의과대 소화기내과) 두 차례에 걸쳐 학회지를 통해 커피 관장에 의한 대장 손상과 대장염 사례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환자들은 ‘커피 관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인근 한의원에서 혹은 자가요법으로 커피 관장을 실시한 후 복통과 혈변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항문과 직장 주변에서 부종과 궤양, 점막 손상 등이 관찰돼 7~10일간 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돼 있다. 보고서는 “커피 관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카페인이 대장으로 흡수돼 간에서 혈관 확장을 유도하고 암세포의 대사 산물을 해독시키는 간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한다고 설명한다”며 “그러나 이제까지 커피 관장의 항암 효과는 객관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며 외국에서는 출혈이나 궤양, 복막염, 패혈증, 심하게는 사망 사례까지도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일명 ‘미러클 엔자임(miracle enzyme)’의 존재도 알쏭달쏭하다. 신야 박사는 책 전반에 걸쳐 흔히 ‘효소’로 불리는 엔자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모든 엔자임의 원형이 되는 것을 ‘미러클 엔자임’이라고 명명한다. 그는 “위상, 장상이 좋은 사람은 대체로 엔자임을 다량 함유한 식품을 섭취하고 있다”며 식품을 통해 엔자임을 섭취하거나 엔자임을 만들어내는 장내 세포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장내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인용하는 것이 미국의 효소 연구 제1인자로 꼽히는 에드워드 하웰 박사의 가설이다. 신야 박사는 ‘생물이 일생 동안 만들 수 있는 엔자임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이 가설을 바탕으로 몸속 엔자임의 양이 우리 생명을 쥐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효소 전문가 신현재 박사(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효소와 건강’ 저자)의 자문을 구했다.

 

“미러클 엔자임이라는 말은 절대 전문용어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효소는 DNA의 집합체인 유전자 정보로부터 만들어지며 우리 몸의 건강상태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돼 효소의 양과 질이 결정됩니다. 신야 히로미는 원형의 효소가 필요에 따라 모양을 바꾼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는 정도의 이야기이지 대중 의학서적에서 언급될 내용은 아닙니다.” 신  박사는 “효소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효소 치료(enzyme therapy)는 미국과 유럽 등 육식을 위주로 하는 나라에서 먼저 개발돼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는 대체의학의 한 분야”라며 “대체의학은 그야말로 기존 요법의 대체물로 사용될 뿐, 효소로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신 박사는 또 다른 문제점도 꼬집었다. 신야 박사가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에드워드 하웰 박사의 이론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했다는 것. “하웰 박사는 인체 내 효소의 총량이 일정하며, 소화를 담당하는 소화효소와 기타 효소로 구성돼 있다고 보았습니다. 효소가 풍부한 식품을 먹으면 몸에서 소화효소를 적게 사용하므로 기타 효소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건강을 유지한다는 논리였지요. 물론 이 역시 가설에 불과하므로 이론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는 책 속 ‘습관은 유전자를 바꾼다(151~153쪽)’ 부분의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책 내용 상당수가 브루스 립톤의 책 ‘신뢰의 생물학(The Biology of Belief)’과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05년 출간 당시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상태다.

 

신현재 박사는 “아토피가 엔자임 때문에 발생한다든지, 우리 몸의 엔자임이 5000종이며 장내에서 3000종이 만들어진다든지 하는 책 속 이야기는 10년 이상 효소를 연구하고 있는 나도 전혀 들어본 바 없는 것”이라며 “임상의사의 신분으로 자신의 경험을 공인된 이론인 양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신야 박사의 학위는 Ph.D(Doctor of Philosophy)가 아닌 M.D(Doctor of Med-icine)다. 전자는 자신의 연구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정식 박사학위를, 후자는 단순히 환자 진료 자격만 갖춘 의사 면허를 각각 의미한다.

 

백 번 양보해 신야 박사가 책에서 주장하는 모든 내용이 모두 맞다 해도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무엇보다 그가 ‘건강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음식이나 행동 습관은 모두 과거 수차례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전례가 있는 것들이다. 우유는 말할 것도 없고 녹차와 육류, 백미와 밀가루, 심지어 운동에 이르기까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특히 우유에 관한 문제는 1977년 출간된 프랭키 오스키 박사의 ‘오래 살고 싶으면 우유 절대로 마시지 마라(원제 Don’t Drink Your Milk! : the Frightening New Medical Facts About the World’s Most Overrated Nutrient)’가 이미 조목조목 제기했던 것이다. 이 책은 국내에도 2003년 번역, 소개된 바 있다.

 

음식과 건강에 관한 국내외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것은 2002년. 국내에서는 당시 화제를 불러모은 방송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책으로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해외에서도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체인 배스킨라빈스 가문 출신으로 더 유명한 존 로빈스가 ‘음식 혁명-육식과 채식에 대한 1000가지 이해와 오해’라는 책을 펴내 주목 받았다. 이들 책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건강을 위해 먹어서는 안될 음식’을 콕 집어서 언급하고 있다는 것. 우유 유해설 논란 역시 두 책에 모두 실려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쪽 사례를 많이 들고 있는 ‘음식 혁명’과 달리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경우 우유 유해론을 주장하는 일본 학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을 싣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우유 관련 논거 전개가 ‘병 안 걸리고 사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육류 위주 식단에 대한 비판 역시 두 책이 동시에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국내에도 신야 히로미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02년 이른바 ‘먹지 마 건강법’을 내놓았던 한의사 손영기씨는 ‘안티 3-셈(SEM)’ 운동을 주창했다. ‘안티 3-셈’ 운동의 주요 골자는 설탕(Sugar)과 달걀(Egg), 우유(Milk)를 먹지 말자는 것. 식생활 관련 강의와 저술 활동을 펴고 있는 약사 김수현씨 역시 ‘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 등의 책을 통해 쌀밥, 밀가루, 설탕, 소금, 조미료, 육류, 달걀, 우유, 식용유 등을 ‘안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먹을거리’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의학과 영양학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일본 우유제품건강과학회는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의 저자 신야 히로미 박사에게 공개질문장을 송부했다. 오리모 하지메 회장은 “책에 언급된 신야 교수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 측면에서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문제로 삼은 대목은 ‘우유를 너무 많이 마시면 골다공증에 걸린다’ ‘시판되는 우유는 녹슨 지방이다’ ‘우유의 칼슘은 오히려 체내 칼슘을 줄인다’ ‘시판되는 우유를 송아지에게 먹이면 4~5일 내에 송아지가 죽는다’ 등 총 8개 항목. 자체 회의를 거쳐 각각의 질문에 대한 견해를 밝힌 후 질문장을 작성했다는 오리모 회장은 “건강에 관한 정보가 국민에게 잘못 전달되는 것을 간과할 수 없어 공개질문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일 인터넷 서점 아마존 일본 사이트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리뷰 코너. 자신을 홋카이도에 사는 ‘카리메로’라고 소개한 한 리뷰어가 이곳에 서평을 올렸다. “신야라는 사람은 ‘환원수(還元水)’라는 기계를 다단계 판매하는 모 회사의 임원이다. 이런 수상한 회사를 도와주는 이유가 불가사의했는데 (건강하려면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는) 책 내용을 읽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30만명이나 진단한 결과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는데 통계 처리가 안돼 있고 제시된 결론도 개인적 견해에 불과하다. 적어도 의사라면 좀더 성실하게 써야 하지 않나?” 이에 앞서 ‘aaa’라는 리뷰어는 “저자의 가설에 불과한 미러클 엔자임을 과학적 근거도 없이 내세웠다. 단순한 감(感)에 의지해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으로 나눠놓은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정이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너무 추상적이다. 미러클 엔자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엔자임 섭취가 가능한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자신만의 건강론에 빠져 있을 뿐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忠謙)

 

‘신야 신드롬’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일본에서 ‘신야’ 열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빨간색 표지의 책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대신 초록색 표지의 책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실전편’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설을 두루뭉술하게 책으로 정리해 팔고, ‘실전편’이라는 이름 아래 이미 한 번 출간된 책 내용을 다시 묶어 되파는 고도의 상술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신야 히로미가 일본에서 유명세를 얻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가 다름 아닌 인간 생명과 직결되는 의학이라는 점, 둘째 그의 책이 통념을 뒤엎는 흥미 위주의 말초적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의사는 “나도 몇 년째 TV 건강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만 결론은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라며 “특정 음식을 먹어야 한다거나 먹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대중의 눈길을 끌기엔 좋을지 몰라도 진리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야 히로미는 누구

세계 최초로 개복 없이 대장 내 폴립 절제 성공

1935년 일본 후쿠오카현 출생. 1960년 준텐도(順天堂)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요코스카 미국해군병원 인턴을 마친 후 1963년 도미(渡美), 뉴욕의 베스이스라엘병원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베스이스라엘병원 내시경센터 소장,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교수,  마에다병원ㆍ모토아카사카 위장과 클리닉ㆍ한조몬 위장 클리닉 최고 고문을 맡고 있다. 1969년 세계 최초로 배를 가르지 않고 대장 내 폴립을 절제하는 데 성공한 이래 합병증 없이 10만건에 이르는 폴립 절제수술을 했다. 미국 위장내시경학회로부터 최고상(1975)과 특별상(2004)을 수상했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일본 황실의 상담역을 맡은 경력도 있다. 1998년 일본에서 펴낸 책 ‘위장은 말한다(胃腸は語る)’가 30만부 이상 팔렸으며 2005년 출간된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은 120만부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주간조선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