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혁신, CEO부터 시작하자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패전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그의 전략이라고 한다. 전쟁 초기에 그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군을 단결시키고, 적시에 적군을 공격하는 시간차 전략을 구사하면서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점점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시간차 공격 전략을 무리하게 고집하는가 하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상황대처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즉, 변화를 적시에 수용하지 못한 경직된 전략이 자기자신은 물론 군대 전체를 종국으로 치닫게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의 한 대목이 2003년처럼 예측불허의 경영 환경 속에서 고전하는 기업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환경 속에서 기민하고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CEO만이 기업을 살릴 수 있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변화를 뛰어넘어 혁신을 선도하는 CEO가 되기 위한 해답을 선진기업의 사례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2003년, 불확실성의 시대
2003년은 북핵 사태나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으로 인해 그 어느 해 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아서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기업들은 구조 조정 및 조직 개편을 통해서 기업을 축소하는 감량 경영을 실시하거나, 엄격한 품질 관리 등으로 생산의 효율성을 증대 시키는데 주안점을 둔다. 한편, 일부 기업들은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승부를 걸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불황 탈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전자의 전략들이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높은 것에 반해서, 후자의 전략은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일이 다소 오래 걸리고 꾸준히 자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후자와 같은 혁신 중심의 전략이야 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핵심 역량과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 된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탈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지속적 혁신에 주목해 보자.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에 있어서 ‘혁신’이란, 신규 기술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으로 기존의 경영 활동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경영진, 특히 최고경영자(CEO)의 노력과 지원이 절대적이다. 예컨대, 혁신적인 기업의 대명사인 3M의 CEO였던 데시모네는 연간 매출의 30%를 4년 미만 된 제품에서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연간 수입의 7%에 해당하는 10억 달러를 기술개발비로 투자하는데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지속적인 혁신을 지향하는 CEO의 태도와 신념이 3M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성공적으로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CEO가 되기 위한 기대 역할과 수행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CEO의 역할 유형
<급진적인 혁신(Radical Innovation)>을 집필한 저자들이 3년에 걸쳐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인터뷰한 결과 기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CEO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참여형, 후원자형, 동기 부여형, 문화 형성자형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첫째, 혁신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거나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CEO 유형이다. CEO가 직접 혁신 조직을 구성하거나, 사내 벤처 사업조직을 만들어서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치약 회사인 콜게이트(Colgate)의 경우 제품 개발 당시 사장이였던 빌 셰너한의 적극적인 프로젝트 참여가 없었다면 아마 초기의 실망스러운 판매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셰너한은 각국의 마케팅 책임자로 이루어진 특별 팀을 만들어서 4내지 6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콜게이트의 상품 개선을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그 결과를 실제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 결과 장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치약 개발에 성공하였고, 미국인들이 애용하는 치약 제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둘째, 예술가를 후원하듯이 물심양면으로 뒤에서 후원을 하는 CEO유형이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에서는 리더의 직접적인 참여보다는 실질적인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CEO의 역할이 더 적합하다. 예컨대, IBM, GE, SONY등 세계적인 우량 기업의 CEO들은 꾸준히 중장기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를 지원하였으며, 때에 따라서는 개인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묵묵한 후원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혁신에 대한 열정이나 개인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근본적인 혁신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조직원을 동기부여 하는 CEO유형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굴을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3M의 CEO인 윌리엄 맥나이트는 “아이디어를 죽이지 말라”라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격려하고 보상한 CEO로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문화를 기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혁신 문화 형성자로서의 CEO유형이다. 예컨대, 3M의 연구자였던 딕 드류가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로 히트상품 개발을 하게 된 것을 보고, 당시 CEO였던 맥나이트는 직원들에게 최대한으로 간섭을 줄이고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었다고 한다. 딕 드류의 끈질긴 연구 정신과 더불어 맥나이트의 혁신에 대한 지지와 배려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3M의 혁신 문화가 자리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요컨대, 혁신적인 기업에는 눈앞의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주도한 CEO들의 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CEO들도 형식적이고 정형화된 방법으로 혁신을 유도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혁신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CEO가 몸소 실천할 때 혁신에 대한 비전이 기업에 공유되고, 혁신을 지향하는 문화가 서서히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유형의 CEO가 되든 간에 조직 내부의 혁신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공통적인 행동지침이 요구되다. 선진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것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성공적으로 혁신을 선도하는 CEO가 되려면...
● 혁신적인 비전을 공유하라
CEO를 비롯한 전직원 사이에 ‘혁신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가치가 공유가 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높은 목표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혁신적인 상품 개발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여 성공한 사례로 아이오메가의 Zip-drive 개발 사례를 들 수 있다. 아이오메가의 CEO였던 에드워드는 그 당시 컴퓨터의 드라이브 제품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적인 상품 개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였다. 따라서, 자사의 신상품을 선보이기 위해서 IT 제품의 대규모 박람회인 컴덱스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컴덱스가 아니면, 미래가 없다(No Comdex, No Future)” 라는 구호 아래 1여년 동안 모든 직원이 컴덱스에 선보일 제품 개발에 매달리면서 실패를 거듭한 결과, 시중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신종 드라이브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고, 컴덱스에서는 단연 최고의 제품으로 주목 받았다.
● 열린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들어라
조직원들이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기고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에서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최대 전자 제품사인 Siemens의 경우 조직원들이 원활한 의사 소통으로 혁신을 함께 학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또한, 조직원끼리 학습하고 발전시킨 아이디어들을 사내 아이디어 박람회를 통해 공유하고, 서로의 혁신 아이디어를 촉진시키도 하였다. 한편, 조직내에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기도 하다. 예컨대, GE에서는 사업부마다 옴부즈맨 제도 (ombuds-person)를 활성화시켜서 열린 의사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다. 사내에서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의문점을 격식 없이 털어놓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이다. 기업들 마다 일반 고객들의 불편을 처리해 주는 고객 상담 센터가 개설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내의 직원들에게도 고객과 똑같이 대접을 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처럼 열린 조직, 열린 문화가 바탕이 되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굴과 포착이 용이해 질 것이다.
● 변화를 직시하고 행동을 취하라
불확실성이 높은 때일수록 변화의 속도도 빠르며,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때일 수록 CEO는 변화된 환경에 맞게 조직과 전략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예컨대, IBM의 CEO였던 루 거스너는 환경 변화에 발맞춰 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고객 중심의 전략으로 적절하게 대응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3년 IBM의 CEO로 취임한 거스너는 처음으로 외부에서 발탁된 경우였다. 그는 자신이 외부인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삼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업이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였다. 당시 IBM은 모든 것을 자사 제품 위주로만 생각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거만한 공룡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IBM의 제품들이 경쟁사보다 차별화 되지도 않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 거스너는 ‘고객이 쉽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자’라는 취지의 솔루션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하고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물론 거스너의 전략은 IBM의 혁신 및 재기(Turnaround)에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였고, 나아가 Cisco, Compaq, Xerox등 경쟁 기업들도 IBM의 전략을 모방하도록 만들었다.
한편, 대내적으로 CEO가 조직 내부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기업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파악할 수 있어야, 변화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개인과 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 전체의 운영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컨대, 독일 맥주 회사인 Heineken의 CEO인 Schaik의 경우 있는 듯 없는 듯하게 직원들을 관찰하면서 사내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으로 유명하였다고 한다. 항상 직원들과 가까이에 있으면서 자신이 감지한 변화들을 위원회에 전달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나간 것이다.
● 정도에 충실한 혁신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혁신을 지향하는 기업과 CEO가 변함없이 지켜야 되는 원칙이 있다. 기업의 윤리적인 경영과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충실하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작년 WorldCom과 Enron 사태 등 회계 부정 사건의 파문으로 CEO 의 윤리성 및 사회적인 책임 의식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혁신 기업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단순한 혁신 상품 개발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 혁신을 통해서 조직은 물론 지역 사회와 고객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P&G의 CEO였던 존 페퍼 회장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의 중요성 못지 않게, 지역 사회 봉사 활동과 환경 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역 사회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또한, GE의 CEO들은 몸소 기업의 윤리 의식과 명성(reputation)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하면서 조직원들의 윤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GE는 명성과 청렴(integrity)을 최우선시 한다는 CEO의 메시지를 전직원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기업의 비전과 의무(mission)를 전달하는 책자(Spirit & Letter)를 발간하기도 한다. 또한, 모든 직원들이 GE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도록 윤리적인 행동 지침을 숙지할 수 있도록 규정 준수 시스템(Compliance system)을 통해서 교육시키고 있다. 이러한 CEO의 윤리 교육에 대한 신념과 행동이 모두 조직원들에게 높은 자긍심을 줌과 동시에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하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 이것은 모두 조직의 혁신 능력과도 연결된다.
이상에서 세계 선진기업의 CEO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기업에서 혁신을 이루었는지 살펴보았다. 이들 기업에서 직원들은 열린 마음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서 비전을 공유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는 기민함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혁신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CEO들이 있었다. 불확실한 시대에 남다른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CEO들은 이들의 열정과 집념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LG주간경제7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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