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
김동욱 넥스트칩 이사 |
올해 1분기 팹리스 기업들 성장세는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황무지와 다름없었던 국내 비메모리산업에 꽃을 피우고 세간의 관심을 모으며 거침없이 달려왔던 팹리스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하자 조심스런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팹리스 산업은 향후 국내 IT를 대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기대되어 왔으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국내에 갖춰진 산업인프라는 너무나 빈약하다.
IMF 전후로 국내 대기업 출신 CEO들이 속속 벤처를 창업하면서, 자본금도 연구기반도 정부지원도 부족한 여건 속에서, 팹리스 기업들은 국가의 중요한 산업을 하나 탄생시켰고 2005년에는 국내기업 7개사가 글로벌 팹리스 100위안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런 팹리스 기업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기도 전에, 실적하락만 가지고 지나친 우려를 하는 것에 대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팹리스 기업들이 90년 초중반에 설립이 되면서 기술력 하나만 가지고 국내 휴대폰 및 IT 기기 경쟁력을 강화시켰으며 수입대체효과 및 수출기여 등 국가 경제의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박수를 쳐줬는가?
IT839정책 등으로 팹리스 및 SoC산업을 고부가가치 성장동력으로 선정했으나, 그 후 실질적인 지원은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실리콘밸리나 대만 같은 경우는 팹리스 기업들이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고 정부지원도 강하다. 국내 팹리스 기업은 우리가 흔히 아는 퀄컴이나 브로드컴 등 글로벌 기업들과 골리앗 대 다윗의 싸움을 하며 희망을 건진 것이다.
하나의 반도체칩이 시스템에 들어가 생명을 불어넣을 때까지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되고,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그 모든 시간과 비용을 정부지원 없이 기업들에게만 부담시켜서는 팹리스 기업의 성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팹리스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원을 해줘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팹리스 산업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팹제작비용에 대한 연구비 인정을 못 받기도 했고, 제품 생산을 위해 해외 제조공정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해외기술유출 논란에 휩싸여 업계 대표가 구속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기도 했다.
팹리스 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산업을 그들 스스로 창조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산업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주어 글로벌 기업들과 잘 경쟁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
팹리스 기업들도 현재의 체질을 진단하고, 체질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팹리스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휴대폰과 LCD구동칩 등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제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제한성 때문에 팹리스 기업들이 좋은 기술과 능력을 가졌음에도 해외 기업에 비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성장해 온 산업을 근간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시스템반도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정부에게도 기업에게도 팹리스 산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도 좋지만, 그 우려에는 팹리스 산업에 대한 희망찬 격려와 지원이 함께 한다면 기업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성장해 IT산업의 든든한 기둥이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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