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의 미학 |
정영철 롯데백화점 마케팅매니저 |
요 즘도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쇼핑 후 계산할 때 쇼핑백이나 비닐봉투의 요금을 주고 받는 것 때문에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50~100원 정도의 적은 비용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아닌 기분상의 문제라 쉽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기분이 상한 고객은 불만이 많다. “그 돈 받아서 돈을 얼마나 벌겠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형 유통업체는 억울하기 그지 없다고 하소연한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일회용품의 과다한 사용을 막으려는 정부의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사용하는 쇼핑백의 가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디자인이나 개발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의 고민은 적지 않다. 유통업체가 손해 보는 장사라며 투덜거리면서도 쇼핑백이나 각종 포장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포장재가 바로 다름 아닌 ‘걸어다니는 광고물’이자 구매에 보답하는 최종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이나 명품숍처럼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의 가격과는 상관없이 동일한 포장재에 내용물을 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 쇼핑백을 들고다닌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홍보수단이 된다. 이 때문에 쇼핑백이 얼마나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는지는 기본이고, 감촉이 좋은지부터 시작해서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그 수량까지 관리한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명절 선물로 팔리는 몇십만원짜리 한과 세트에 유명한 장인이 옻칠을 한 고급 목기 포장재의 가격만 200만원이 넘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있었다. 포장재의 위력이 이렇게 고급 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예전에 두부 한 모를 사면 넓은 판에 있는 두부를 비닐봉투에 쓱 담아 팔곤 했지만, 이제는 진공 포장되어 보기 좋게 진열된 두부말고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풀무원 두부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소비자는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비싼 두부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비웃기도 했지만 시장의 승자는 결국 위생적으로 포장되어 신뢰를 준 풀무원 두부였다. 두부를 만드는 기술이야 별다를 것이 없겠지만, 소비자는 포장을 보며 브랜드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구매를 했기 때문이다. 아예 포장재 자체가 마케팅의 핵심인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 널리 쓰이는 사각 티슈의 경우 포장재의 디자인이 거의 1년에 4~5번 이상 바뀐다. 티슈 자체의 품질 차이를 소비자가 거의 못 느끼기 때문에 안방이나 거실에 두었을 때 얼마나 디자인이 예쁜지, 예전에 구매했던 것과 디자인이 달라져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지에 따라 구매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기업이 포장재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아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품 자체의 디자인에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지만, 정작 포장재가 조악하거나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져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사랑에 빠져있는 연인들에게서 배우자. 연인에게 더욱 사랑받고 싶어 옷 매무새를 고치고 화장에 들이는 정성을 배우자. 이것이 바로 ‘포장의 미학(美學)’이다. |
비즈넷타임즈 100호 |
'e-Biz와 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황을 이기는 하나의 대안! 사업 다각화 (0) | 2007.05.31 |
---|---|
스포츠가 있는 곳, 승리가 있는 곳에, NIKE (0) | 2007.05.31 |
카네기 로부터 전해진 6 가지 성공 비결 (0) | 2007.05.30 |
CEO 승계의 성공 포인트 (0) | 2007.05.30 |
생존을 위한 혁신, CEO부터 시작하자 (0) | 2007.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