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전략

지도자의 비전이 국가를 바꾼다

와빠시 2007. 11. 19. 17:42

지도자의 비전이 국가를 바꾼다

 

이석중 논설위원 / 헤럴드 경제

꿈을 현실화하고 있는 두바이의 셰이크 모하메드

이념보다 실익을 택한 싱가포르의 리콴유…

 

세계적 스타인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부부가 두바이의 인공섬 하나를 샀다고 어제 외신이 보도했다. 이들이 산 섬은 두 번째로 입양한 딸 자하라의 모국인 에티오피아 모양이다.

300여개의 인공섬으로 세계지도를 형상화한 더 월드(The World)의 섬이다. 이곳에는 영국의 전설적 팝가수 로드 스튜어트와 괴짜 사업가로 유명한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의 섬도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그것도 특정 국가 모양의 섬을 가질 수 있다면 가히 현대인의 로망이라 할 만하다.

 

섬 하나의 가격이 600만달러에서 3600만달러 수준이라고 하니, 인공섬 300여개의 가격은 천문학적인 돈이다. 바다를 메워 섬을 만들고, 이 섬들을 세계적인 부호와 명사들에게 비싼 값에 팔고 있으니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에 댈 것이 아니다.

 

린든랩의 창업자이자 CEO인 필립 로즈데일은 ‘세컨드라이프’라는 3차원의 가상현실세계를 만들었지만, 두바이의 인공섬은 가상(꿈)을 현실화한 것과 같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에서 그랬듯, 사람들은 누구나 지금과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이 같은 사람의 본능에 착안, 사이버공간에서 다른 삶을 경험하게 한다.

 

지난 2003년 첫선을 보인 후 지금은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었고, 뉴욕 시보다 4배 이상 큰 세계가 됐다. 글로벌 기업 IBM은 이곳에 사무실과 홍보공간을 두고 회의를 하거나 직원 면접도 본다. 로이터와 와이어드 같은 언론사들도 지국과 전담 주재원을 둘 정도니, 가상현실과 현실세계를 넘나들 것이라던 필립 로즈데일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두바이의 인공섬이나 가상현실 세컨드라이프는 지도자의 상상력과 비전이 이뤄낸 개가다.

 

“한계란 없다. 다만 당신의 상상력에 한계가 있을 뿐이다”라며 거침없이 국가를 개조하고 있는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비전이 두바이를 세계 관광의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 최초의 7성 호텔 ‘버즈 알 아랍’이나, 섭씨 40~50도를 오르내리는 열사의 땅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두바이는 시작이었다.

 

지금은 인공섬 조성에 한창이다. 걸프만에 위치한 두바이 해안은 1년 내내 햇볕이 좋고 해안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 해안선을 지금의 10배가 넘는 1100㎞까지 늘릴 계획하에 야자수 모양을 한 팜 아일랜드를 비롯해 팜 자메이라, 팜 데이라, 더 월드 등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기록될 버즈두바이(두바이의 탑)는 세계의 랜드마크로 건설 중이다. 삼성물산이 짓고 있는 버즈두바이는 지상 160층 이상에다 전망대 위에 첨탑까지 계산하면 지상 높이만 800m가 넘는다. 현재 최고층인 대만의 타이베이 101빌딩의 508m에 비하면, 현대판 바벨탑이라 할 만하다.

 

이제 두바이의 관광수입은 석유판매 수입의 10배에 달할 정도여서, 셰이크 모하메드의 10년전 약속처럼 석유자원 없이도 살 수 있게 됐다.

 

싱가포르의 발전에는 누구나 알 듯이 리콴유(李光耀)라는 지도자가 있었다. 1959년, 리콴유가 자치정부 총리로 취임할 당시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3만달러가 넘는 세계 4위 국가가 됐다. 자원도 없고 국토도 좁은 싱가포르를 중개무역과 세계 물류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다소 허황된 꿈을 꿨고, 그것을 이뤄냈다.

 

젊은 시절, 좌파 정당인 인민행동당 소속으로 총리가 돼 한때 공산당과 연합하기도 했으나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이념을 과감히 버리고 경제적 실익을 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싱가포르 항은 컨테이너화물 취급량이 세계 1위이고, 창이국제공항은 전 세계 항공수송망의 허브로 성장해 싱가포르는 명실상부한 국제물류의 중심이다.

 

이제 33일 후면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한국경제를 샌드위치의 위기에서 구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갖춘 대통령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