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송명석
비교 대상이 없으면 소비자는 스스로 비교기준 마련
신제품을 출시할 때 마케터가 각별히 관심을 두어야 할 사항은 '상대성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3주만 바르면 피부가 하얗고 탐스럽게 바뀌는 미백 화장품을 개발한 회사가 10만5천 원에 제품을 첫 출시했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이 화장품 광고는 탁월한 미백 효과만 이야기하지, 타사 화장품 가격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이 때 소비자들은 자기 나름대로 화장품 가격을 제각각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링클 케어 제품의 가격이 8만 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국산 미백 화장품이 왜 그렇게 비싸?"라며 아예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한편 수입 미백 화장품 값이 훨씬 고가라는 점을 아는 소비자는 "매우 싸다"며 반깁니다. 즉 비교 대상이 없으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개별 소비자입니다. 이번 이메일은 삼성경제연구소 웹사이트(SERI)에 수록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그런데 미백 화장품 광고에 "10만 5천 원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수입 미백 화장품 가격은 60만 원"이라고 밝히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비자들은 "국산 10만5천 원, 외제 60만 원"이라는 비교 대상이 생겨 화장품 값에 대한 확실한 판단기준을 갖게 됩니다. 마케팅의 '상대성 원리'는 소비자들이 비교할 기준(가격, 성능 등)을 제시하면 물건의 가치가 뚜렷해진다는 논리와 관계가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준거 제시 효과(Reference Shift Effect)라고 합니다. '상대성 원리'는 어르신들이 자주 인용하는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와 일맥상통합니다.
착심(錯心) 현상을 활용하라
상대성 원리를 응용한 마케팅은 '착심'(錯心)입니다. 착심은 '착시' '착각'과 비슷하게 소비자의 마음에 착각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착심을 설명하는 사례로, 그랜저를 첫 구입할 때 '그랜저 가격 2,850만 원, 옵션으로 내비게이션 230만 원'을 가상해보죠. 흥미로운 사실은 평소 230만 원이 꽤 큰 금액이지만, 수 천만 원의 그랜저를 구입하는 상황에서 230만 원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2850이라는 구입 가격이 기준점이 되어, 8%(230/2850) 수준인 내비게이션 가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마음에 2850이 착심 현상을 일으킨 케이스입니다. 한편 "카센타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면 200만 원"이라는 사실을 안 그랜저 구입자 A가 구입 당시 옵션인 내비게이션을 안 달았다고 가정해보죠. 이를 간파한 현대차가 뒤늦게 200만 원에 내비게이션을 달아주겠다고 오퍼를 내지만 A는 비싸다며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랜저를 구입한 A에게는 2850이라는 비교 기준의 위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비교 기준을 제시하라
마지막으로 물건의 가치를 '상대성 원리'로 이야기 하려면, 치밀한 분석과 끊임 없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합니다. 막연하게 '싸다', '가볍다', '성능이 뛰어나다'를 강조하는 것은 '상대성 원리'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 보다는 '국내 최고 브랜드 A에 비해 어떠하다' 혹은 '1만 원대 제품 중 어떤 기능이 어떻게 탁월하다'처럼, 소비자가 확실하게 물건의 가치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상대성 원리'가 위력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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